LAW School2009. 1. 22. 18:49

 로스쿨, 왜 시작부터 삐걱대나 -정치논리로 졸속 도입한 탓

 

 

▲ 김홍진·논설위원

"로스쿨 제도에 줄곧 반대해 왔지만, 요즘 보면 오히려 로스쿨 하길 잘했다 싶어요."

 얼마 전 로스쿨에 반대 입장인 대한변협 소속의 한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와 로스쿨 문제로 대화하다가 속내를 털어놨다.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닌 대학생 아들에게는 로스쿨이 지금 사법시험보다 유리하다는 얘기였다. 무슨 얘긴가 했더니 로스쿨은 대학 졸업 후 3년을 더 다녀야 하는데 그 비용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한 해 등록금이 최고 2000만원까지 들고 책값 등을 합치면 3년간 1억원 가까이 든다고 한다. 그러니 아버지가 변호사여서 여유가 있는 아들에게 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실제 작년 말 25개 로스쿨 입학시험에 합격한 2000명 중 5%가 지난주 추가 등록기간까지 등록하지 못했다. 일부 지방 로스쿨은 미등록률이 12~14%였다. 이미 한 해 800만~1200만원의 수강료를 주고 로스쿨 학원에 다녔던 미등록자들 대부분은 비싼 학비가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지난 정권이 로스쿨을 지역별로 할당하면서 대학별 인원이 적어지자 대학들이 등록금을 당초 계획보다 수백만원씩 더 올렸던 것이다.

3월 문을 여는 로스쿨은 지난 정권이 사법개혁을 위해 '시험' 대신 '교육'으로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법조인을 양성한다며 도입한 것이다. 더 많은 분야의 사람들에게 법조계 진출의 기회를 주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보니 처음 뜻과 달리 부유층과 기득권층에게 더 유리한 제도가 돼버린 셈이다.

교육계·법조계에선 이런 문제를 보완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돈 없는 사람들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로스쿨 졸업자만 변호사시험을 거쳐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자, "로스쿨에 다니지 못한 사람들도 변호사시험을 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7년 없애기로 한 사법시험을 합격자를 대폭 줄여서라도 존치시키자는 제안도 있었다.

제도 논란은 이뿐 아니다. 교육계에서는 로스쿨 입학 때 경쟁을 거쳐 2000명을 뽑아놓고 왜 또 변호사시험을 치느냐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법조계에서는 변호사시험을 거쳐도 자질이 걱정되니 2년 실무수습을 더 하게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변호사시험이 시험과목 7개에 논술형까지 치게 돼있어 기존 사법시험 1·2차를 합친 것보다 어려워졌다는 논란도 있다. 일부 로스쿨은 비(非)법학 전공 합격생들을 개학 전에 미리 모아놓고 '특별 과외'까지 하고 있다. 종래와 같은 시험 체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거기에 대학들은 로스쿨 정원이 적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으니 증원해달라며 교육부와 대립하고 있다.

로스쿨이 시작됐는데도 이처럼 혼란이 벌어지는 것은 '어떤 제도가 우리에게 맞는 방식인지'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일단 도입부터 하고 보자며 변호사시험 등 관련 제도 정비 없이 졸속으로 로스쿨 법안만 달랑 처리해놨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해보자는 로스쿨 본래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정치 논리에 의해서만 얼렁뚱땅 출발했으니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교육계와 법조계까지 자기들 이해를 위해서만 문제를 보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라도 정치 논리나 이기적 주장 대신 법률 수요자인 국민에게 어느 방식이 유리한지를 따져 철저히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산발적인 논란들을 묶어 국민들이 참여하는 토론에 부쳐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왕 시작했으니 성공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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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견을 좀 붙이자면,  변호사는 이제 하나의 자격증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앞으로 15년 후쯤이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법률 서비스는 보편화 되고 수요도 증가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세상이 열릴것이다. 이것은 환영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세상은 이미 시작되었고, 준비하는 자만이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패치아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