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민주주의 위기2009. 6. 20. 14:25



검찰. PD수첩 기소의 법률적 오류
논평의 자유는 확대해석돼야 민주사회

 
 
대한민국은 민주국가? - MB독재시비는 역사의 퇴행
 
김대중 전 대통령의 MB 독재 발언 이후 대한민국이 뜨겁다. 급기야 한승수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라고 강조하는 남세스러운 일까지 있었는데, 한 총리의 발언은 독재 발언이 단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인적 견해 피력을 넘어서 크나큰 사회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사실에 대해 당황한 정부 차원의 반사적 대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총리가 직접 나서서 “대한민국은 엄연한 민주국가”라고 강조해야 할 만큼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거나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것인데, 특정 사회의 민주주의의 진전 여부를 가장 잘 가늠할 수 있는 바로지표는 그 사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느냐의 여부가 될 것이며 그 중에도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으뜸이 된다고 할 것이다.
 
미네르바사건은 권력이 국민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고, 어제 있었던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기소는 개인의 기본권 침해 수준을 훌쩍 뛰어 넘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한 축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가 독재 국가이거나 적어도 독재 시대로 회기하고 있다고 감히 단언 할 수 있는 것이다.
 
 
PD수첩 보도의 쟁점은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여부 대한 판단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데 대해서 공평성을 상실한 악의적 왜곡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죄를 범했다고 본 것이고, 보도로 인해 수입육 가맹점 27곳이 계약 해지 됐으며 이것이 업무 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그 사례로 PD수첩이 다우너 소 동영상이 마치 광우병으로 쓰러지는 소인 것처럼 왜곡했으며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광우병으로 인한 것이라고 과장 방송했으며, 인터뷰 내용을 고의적으로 오역했다는 것 등을 들었다.
 
이미 제작진이 반박한 바 있듯이 방송 보도 때문에 수입육 가맹점 27곳의 계약해지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업무방해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검찰의 법리 비약이다.
언론의 중요한 공적 기능 중 하나가, 비록 가능성에 불과할지라도 장래에 사회적으로 심각한 위해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고 알려 사회가 그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의 법리 비약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극단적인 예로서, 북한은 자기들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를 "미 제국주의의 침략 책동으로부터 자위적 수단을 강구하기 위함"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므로, "북한의 핵개발이 잠재적으로 남한 사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논지로 보도하는 모든 언론에 대해 남북 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악화시키고 대북 경협 사업을 방해한 업무 방해죄를 범한 혐의로 처벌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검찰이 PD수첩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주시해야 할 부분은 보도물의 주요 제작 목적이 협상에 나선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데 있었는가의 여부에 있다.
부연하여 설명하자면 PD수첩 보도가 '정부의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국 도축장의 비위생적인 처리 과정을 부각시키면서 당시만 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맥락을 큰 흐름으로 이어가고 있다면, 내용 일부에서 사실 관계 규명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거나, 보도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기사 중 일부 고의적으로 왜곡한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당사자가 나서서 정정 보도 요청이나 반론을 할 일이지 검찰이 처벌할 사안은 아닌 것이다.
 
아래 소개된 이 시점에서 주목해 볼만한 두 개의 판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과 한국 대법원은 공직자의 명예훼손에 대한 각각의 사건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보도 내용 중 일부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는 점 보다 보도가 지향하는 맥락이 해당 언론의 주장이나 관점을 부각시키는 데 있다는 사실을 더 중시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양국의 판례는 검찰이 PD수첩을 기소한 것이 얼마나 무리한 법리 비약 이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보도 내용에 일부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된 주장이 있는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PD수첩의 보도의 주요 맥락이 정부의 명예 훼손에 있었는지 아니면 광우병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거나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데 있었는지를 판단해야만 했다.
 
'알렉상드로 뒤마'의 [삼총사]에서 국왕을 핍박하는 악당으로 묘사된 리슬리에(Richelieu) 추기경은 루이 13세 시대의 실존 인물이다. 그는 가톨릭교회의 추기경이면서도 가톨릭을 지원하는 합스부르그 왕가와 대적하며 다른 한편으로 프로테스탄트(신교도)도 핍박한 특이한 국수주의자인데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쓴 문장 여섯 줄만 나에게 보여 준다면 그를 교수형에 처할수 있는 꼬투리를 잡아낼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언론의 명예훼손에 대한 두 개의 판례
 
소개된 판례는 권기훈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작성한 논문 [언론의 공평한 평론에 관한 판례 연구]에 계제된 사건들을 요약한 것이다. 
 

<뉴욕타임즈사건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1964>

1960년경 미국 남부에서 인권투쟁이 강하게 일어나던 시절 New York Times는 "그들의 일어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통해서 “몽고메리市(Alabama주)에서 남부의 위법자들이 수많은 위법행위에 개입하여 흑인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을 주장했지만 그 내용의 일부는 진실이 아니었다.
 
몽고메리市 경찰은 “경찰력에 대한 비판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신문사와 그 광고에 서명한 개인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피고 측은 “상대가 공무원일 경우, 비록 광고에 오류가 포함된 명예훼손이라고 할지라도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labama주 대법원은 원고 승소를 판결했지만 연방대법원은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은 오류가 포함된 기사를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를 가지고(그 비진실성을 알고 있었거나 그 진위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하고) 공표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경향신문 만평에 관한 대법원 판결, 2000. 7. 28. >
 
IMF 경제위기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이던 원고에 대해 경향신문은 <원고가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해외도피를 의논하고 있는 장면을 담은 풍자만화를 게재>한 데 대하여 원고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으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설시하고 판결했다.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그와 같은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는 경우 포함)가 있어야 하고, 단지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관하여 비평하거나 견해를 표명한 것에 불과할 때에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고, 만평 또는 풍자만화의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풍자적 외피(外皮)를 씌우거나 다른 사실관계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만큼, 그 만평의 표현을 판단하는 데는 위와 같은 풍자적 외피 또는 은유를 제거한 다음, 작가가 그 만평을 게재한 동기, 그 만평에 사용된 풍자나 은유의 기법, 그 만평을 읽는 독자들의 지식 정도와 정보 수준, 그리고 그 만평의 소재가 된 객관적 상황이나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그 만평이 독자들에게 어떠한 인상을 부여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대법원은, "위 풍자만화의 경우 원고가 경제위기와 관련된 당시 상황을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원고가 해외로 도피할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암시함과 아울러 그에 대한 출국금지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우회하여 표현한 것일 뿐 원고가 해외로 도피할 의사를 갖고 있다거나 해외도피를 계획 또는 모의하고 있다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61339.html


Posted by 패치아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