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 + 단상/USA2008. 9. 27. 01:27

 



 

대학의 역사는 유구하다. 그러나 대학이 오늘날처럼 국가 경쟁력의 도구가 된 적은 없었던 듯하다. 이제 대학은 경제를 발전시키는 과학 발견의 중심지이자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기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많은 대학들이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대변하는 전 세계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재학생들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외에 내보낸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로 연계된 세계의 도전들을 연구하는 강좌를 개설하고, 전 인류에게 도움이 되도록 과학을 발전시키는 공동 연구도 추진한다. 국경을 초월한 이동만큼 고등교육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요소도 없다. 지난 30여 년간 해외 유학을 목표로 자국을 떠나는 학생은 1975년 80만 명에서 2005년 2백50만 명, 2006년 2백80만 명으로 늘었다. 매년 3.9%씩 증가했다는 의미다.  

오늘날 미국에서 수여하는 박사 학위의 30%, 영국 박사 학위의 38%를 외국인 학생이 차지한다. 학부 과정을 목표로 한 유학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전체 학생의 8%, 영국은 전체 대학생의 10%가 외국인이다. 미국에서는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새로 임용되는 교수의 20%가 외국 출신이다. 중국의 상위권 연구 중심 대학에 채용된 교수는 절대 다수가 외국에서 대학원 교육을 받았다.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의 이 같은 변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좋은 예가 있다. 9·11 사건이 일어난 이튿날 밤, 예일대의 유대계 학생들(대부분 미국인)은 무슬림 학생들(대부분 외국인)과 함께 철야 기도를 했다. 스탠퍼드대에서 학생들이 운영하는 미·중 교환 포럼(FACES)은 매년 중국과 스탠퍼드에서 회의를 개최하는데, 양국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서 주요 전문가들을 초빙해 미·중 관계를 토론하는 자리다.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는 학생 단체 간부들은 매일 이메일이나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로 서로 연락한다. 그런 통신 기술은 협력 프로젝트의 진행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 유대 관계가 평생 지속될 가능성도 높인다. 다시 말해 국경을 뛰어넘는 학생들의 이동이 상호 이해와 관용, 세계의 통합을 가능케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학생들이 자국에서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 과정에서 대학은 학생들이 학부 과정의 일부를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도록 장려한다. 유럽에서는 매년 14만 명의 학생이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유럽 전역에 있는 가맹 대학 2천2백 군데 중 한 곳에서 학점을 딴다. 미국의 대학들도 세계 수준의 경력을 쌓는 데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서 동문을 활용해 학생을 해외 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예일대와 하버드대가 이 분야 선두 주자다. 학부생 전원에게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재학 기간 중 한 차례 이상 제공하며, 당연히 재정 지원도 뒤따른다. 대학들은 보다 야심 찬 해외 연구소도 세우는데, 모교 대신 주로 현지에서 직접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서다.

교육 차원의 진정한 ‘합작 사업’도 갈수록 인기를 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와 중국 난징(南京)대가 공동 개설한 중국·미국학 연구 프로그램, 듀크대와 독일 괴테대의 최고위 MBA 과정, 그리고 엔지니어링의 여러 분야에서 공동 학위를 수여하는 MIT와 싱가포르대 간의 프로그램이 좋은 예다. 세계화는 연구 방식도 바꾸는데, 최근에는 특정 연구 계획 중 일부가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방식이 보편화됐다. 예일대 교수이자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연구원인 티안 슈는 인간 질병의 유전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 센터를 이끈다. 연구 센터는 티안 슈의 모교인 상하이 푸단(復旦)대 안에 있으며, 두 대학 출신 교직원과 함께 일한다. 약 4,300㎡ 규모의 연구 센터에서는 직원과 대학원생을 포함해 95명이 일한다. 예일대의 교직원, 박사 후 과정자, 대학원생 등은 두 캠퍼스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두 대학 출신 과학자들과 화상회의를 한다. 공

동 연구 센터는 두 나라에 모두 도움이 된다. 티안 슈의 예일대 연구소는 중국의 저렴한 연구 비용 덕에 생산성을 높이고, 세계 수준의 과학자가 이끄는 연구 팀으로부터 현장 훈련을 받는다. 예일대는 베이징(北京)대에도 유사한 시설을 뒀다. 이처럼 미국의 수많은 대학이 해외에서 협력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이비리그의 수준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최고 인재의 등용문 ’인 아이비리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둘째 치더라도, 아이비리그 출신 동문들이 각 분야의 요직을 장악한 덕분이다. 아이비리그가 쌓아 올린 오랜 역사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리처드 레빈(Richard Levin) 예일대 총장은 “아이비리그의 몇몇 대학이 아직까지 최고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유구한 역사와 그 역사가 쌓아 올린 사회적 평판,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수립된 시설과 시스템, 그리고 ‘아이비리그’라는 이름 자체 덕분”이라고 말했다.

1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의 10대 글로벌 대학’ 가운데 6위를 차지한 케임브리지 대학교 캠퍼스. 케임브리지와 8위를 차지한 옥스퍼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대학들이 선정됐다. 2 하버드는 ‘아이비리그’와 동일시되는 유일한 대학일 것이다. <뉴스위크>가 세계 최고의 대학을 선정한 최근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3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미국 내 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해외 유학생들의 아이비리그에 대한 욕망은 대단하다. 미국의 대학 입학 시즌인 9월을 전후해 아이비리그 관련 책이 10여 권 정도 쏟아져 나오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사회에서조차 아이비리그는 똑똑한 자식을 둔 모든 부모들이 소망하는 대학이다. 아이비리그의 기념품점에 가보면 ‘Harvard Dad’, ‘Yale Dad’라는 문구가 가슴에 새겨진 옷들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이 옷을 입고 “내 자식이 하버드에 다닌다!”, “내 자식이 예일대에 다닌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하버드·예일·프린스턴·브라운·코넬·컬럼비아·다트머스·펜실베이니아 대학 등 미국을 대표하는 8개의 명문 사립대를 의미하는 아이비리그는 원래 대학 간 체육 활동을 위한 연합체로 출발했다. 예일대와 하버드대의 보트 클럽이 1852년 맞붙은 것에서 유래한 아이비리그가 ‘제대로 된 8개 대학의 체육 연합체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54년. 이것이 아이비리그의 공식 탄생일을 1954년으로 기록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아이비리그는 모든 고등학생과 부모들이 선망하는 명문 대학의 상징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아이비리그 중 특히 ‘빅 3(Big Three)’로 불리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은 서로 돌아가며 미국 최고 대학이라는 영예를 나누고 있고, 그 외 아이비리그 대학도 미국 전체 15개 순위에 항상 들어가는 명문대들이다. 실제로 오랜 역사를 가진 아이비리그의 사회적 평판은 다른 대학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따라잡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아이비리그 출신이 무려 1백30여 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들 가운데 78%가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는 통계도 있다. 입시 경쟁률도 아이비리그의 명성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이들 8개 대학의 총 신입생 수를 합하면 2004년 기준으로 1만3천7백70명이다. 미국에서 한 해에 졸업하는 고등학교 학생 수를 약 2백50만 명으로 가정했을 때, 이 중 0.52%만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내 고등학교가 모두 2만6백64개이므로 각 학교에서 1등을 해도 아이비리그 입학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인간적인 에세이가 통한다

해외 명문 대학의 입학 조건 일순위는 에세이다. 대학 입학 사정관으로서는 '이 글을 쓴 학생이 누구일까' 라는 조각 퍼즐을 오로지 에세이만으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 가장 호소력 있는 에세이는 잘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를 낼 때다. 선발 기준이 아무리 까다롭다 해도 17~19세 청소년에게서 완벽함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려는 사람, 자존심이 배움을 가로막지 않을 사람, 다른 세계에 관한 지식이 글 속에서 베어 나오는 학생을 찾는다.



최근 신입생 통계를 발표한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미국 내 톱클래스 대학의 합격자 발표 현황을 보면, 작년에 이어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7/2008학년도 신입생 발표에서 하버드대는 SAT 수학 과목에서 8백 점 만점을 받은 학생들을 1천1백 명이나 탈락시켰다. 예일대는 SAT에서 만점인 2천4백 점을 받은 학생 중 몇 명을 불합격시켰다. 프린스턴대 역시 GPA가 4.0인 수천 명의 학생을 불합격시켰다. 아이비리그의 각 대학 경쟁률도 지난해보다 치열해졌다. 하버드대는 2만2천9백55명의 지원자 중 9%인 2천58명을 받아들였는데, 이는 작년보다 약간 떨어진 수치로 역시 ‘하버드 역사상 최저 합격률’이다. 컬럼비아대는 1만8천81명의 지원자 중 8.9%에 해당하는 1천6백18명만 받아들였는데, 이는 그동안의 미국 대학 합격률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두 번째로 낮은 합격률을 보인 프린스턴대 역시 1만8천8백91명이 지원해 이 중 9.5%인 1천7백91명이 합격했다. 예일대 역시 역대 최저 합격률을 보였는데, 지난해 10%에서 올해 9.6%로 떨어졌다. 아이비리그 가운데 가장 높은 합격률을 보인 학교는 펜실베이니아대이다. 2006/2007학년도 신입생으로는 모두 2만4백83명이 지원, 이 중 17.7%인 3천6백17명이 합격했다. 하지만 2007/2008학년도 신입생으로는 모두 2만2천6백34명이 지원해 작년보다 낮은 15.9%의 합격률을 보였다.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역시 톱클래스 대학의 하나인 스탠퍼드대는 2만3천9백56명이 지원, 10.3%에 해당하는 2천4백56명이 합격했다. 이처럼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대 합격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번 하버드대 합격자 발표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외국 시민권을 가진 합격자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는 점이다. 전체 합격자 중 9.1%가 외국 시민권자였던 것. 또한 유학생들은 모두 79개국 출신으로 나타났으며, 이번에 하버드대를 지원한 학생들은 역대 최고의 우수한 성적을 가진 것으로 발표됐다. 전체 2만2천9백55명의 지원자 중 SAT 읽기 영역에서 8백 점 만점을 받은 학생은 2천5백여 명, SAT 수학 영역에서 8백 점 만점을 받은 학생은 3천2백여 명이다. 지원자 중 해당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도 3천여 명이나 됐다. 결국 하버드대는 SAT 수학 영역에서 8백 점 만점을 받은 학생들을 대거 탈락시키는 이변을 연출했다.




아이비리그 가운데 학부생이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 UPenn)는 국내 유학생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이다. 1765년 미국 최초로 메디컬 스쿨을, 1874년 미국 최초의 대학병원을, 1881년 세계 최초로 비즈니스 스쿨인 ‘와튼 스쿨(Wharton School)’을 세웠다. 다른 7개의 아이비리그 가운데 등록금이 가장 싸다는 것도 장점일 것이다. 하버드대와 함께 2008/2009학년도 신입생부터 조기 입학 제도를 폐지한 프린스턴대(Princeton University)는 미국 대학 중 가장 부자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아이비리그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유학생에게도 미국 학생과 동일한 재정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런 재정 지원은 미국 대학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으로, 현재 신입생의 경우 약 55%가 재정 지원을 받고 있으며, 연간 등록금 4만5천 달러 중 학생 1인당 지원받는 액수는 약 3만 달러다. 가장 많은 미국 대통령과 정치인을 배출한 예일대(Yale University)는 대부분의 과정이 모두 세계 수준을 자랑하지만, 특히 학부 과정·법대·의대·드라마 스쿨이 유명하다. 프린스턴대와 마찬가지로 재학생 재정 지원 제도가 있는데, 현재 약 40% 이상의 학생이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백인 전통이 강한 뉴잉글랜드의 브라운대(Brown University)는 소수계 재학생의 비율이 다른 대학교보다 약간 낮다. 학부 과정의 엔지니어링 프로그램, 수학 프로그램이 오랜 역사와 더불어 명성을 자랑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대학원생 중 의과대 재학생이 3백26명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브라운대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학점 시스템이다. 전통적인 성적 평가 방법인 ABC가 아니라 개인의 성과 만족도에 따라 합격과 낙제를 결정하는 ‘Satisfactory/No Credit’로 평가한다. 게다가 낙제를 해서 No Credit를 받더라도 성적표에 그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학생이 원할 경우 지도 교수가 요구하는 리포트를 추가로 제출해 재평가받을 수 있다. 1767년 의과대학을 신설하면서 미국 내에서 최초로 의학박사(M.D) 학위를 수여한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in the City of New York)는 미국 대학 사상 다섯 번째로 설립된 유서 깊은 대학이자 의학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의과대학, 법과대학, 공학·응용과학대학, 치과·구강외과대학, 공중보건대학, 국제·행정대학, 예술대학 등의 학부와 문리과대학원, 건축·계획·보존대학원, 언론대학원, 경영대학원 등 14개나 되는 대학원과 전문 대학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신문방송대학원은 미국 최고로 인정받으며, 매년 신문·극장·음악·문학 등의 분야에서 수상되는 퓰리처상을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에서 관리하고 있다. 신문왕 조지프 퓰리처가 기부한 50만 달러의 기금으로 제정된 이 상은 높은 권위와 명성을 유지하며 1917년 이래 매년 5월에 시상하고 있다. 뉴욕의 중심지에 위치한 만큼 지금까지 15명의 뉴욕 시장과 12명의 뉴욕 주지사를 배출했으며, 시카고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과 달리 1872년부터 여학생을 받아들여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남녀공학으로 기록된 코넬대(Cornell University)는 사립대학으로 운영되는 동시에 주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독특한 대학이다. 때문에 뉴욕 거주 학생들에게 높은 입학 기회를 제공한다. 코넬대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단어인 ‘코넬 마피아’는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동문들이 미국 호텔 업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데서 생겨난 말로, 현재 전 세계 관광 업계 요직에 8천여 명의 코넬대 출신이 포진해 있다. 필립 밀러 동문 담당 국장은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출신을 만날 수 있다”고 단언할 정도다. 현재 전 세계 호텔 체인을 갖고 있는 포시즌스 호텔 존 샤프 회장이 1965년 졸업생이며, 메리어트 호텔 체인은 오너 가문이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나온 덕택에 졸업생들이 메리어트 호텔 곳곳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이 밖에 브리스톨 호텔의 피트 클라인 회장, 미라지 호텔 댄 리 부사장, 애틀랜틱시티 시저스 호텔 오드리 오스웰 수석부사장 등이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졸업생이다.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7.6명에 불과하며, 무려 5백여 개의 교내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트머스 칼리지(Dartmouth College)는 인문학부·과학부·사회과학부·일반교양학부의 4개 학부와 16개 석사 과정이 있는 문리과대학원, 1979년 설립된 의과대학, 1867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공학 전문 대학, 1900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경영대학원인 아모스 턱 경영대학원(Tuck School of Business Administration) 등 4개 대학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트머스는 전통적으로 학부 중심의 대학이므로 이름에서도 ‘College’라는 단어를 쓰는 유일한 아이비리그 대학이다. 또한 이 학교에는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학기 제도가 있다. 다트머스 플랜(Dartmouth Plan)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1년을 4학기로 나누고 각 학기를 10주로 구성, 여름에도 정규 수업이 계속된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1학년과 4학년 때는 다트머스에서 의무적으로 수업을 받게 되어 있으나, 2학년과 3학년 때에는 학생들이 각자의 계획에 따라 교과과정을 짜고 외국에서 유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국에서 돌아온 즉시 새 학기에 등록하도록 마련된 것이 바로 이 학기 제도인 셈. 다트머스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최소 하나의 외국어에 능숙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때문에 중국이나 카리브 해 섬나라 같은 데 가서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45개의 LSA(The Language Study Aboard) 프로그램을 장려하고 있다. 2006년 통계에 따르면 약 86%의 학생들이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스코틀랜드의 아이비리그

스코틀랜드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는 미국인 학생이 늘고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에든버러, 애버딘, 글래스고, 세인트앤드루스 등 4대 중세 대학이다. 이들은 스코틀랜드의 아이비리그로 불린다. 아이비리그 캠퍼스의 풍경에 반한 미국 학생들에게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대학들은 한층 더 풍부한 역사가 가득 담긴 보고다. 애버딘은 하버드대보다 1백41년 빠른 1495년에 설립됐다. 세인트앤드루스는 6세기 가까이 파이프 절벽에 서 있었다. 케임브리지대나 옥스퍼드대 등 영국 대학들에 비해 스코틀랜드 대학들의 교과과정은 낯선 주제와 익숙한 내용 간에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미국 대학보다 선택 과목 수가 훨씬 더 적지만 아직도 4년제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여러 주제를 두루 섭렵하도록 해준다. 한 가지 단점은 학비다. 학비 보조를 받는 스코틀랜드 학생들의 학비는 4천 달러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학생은 4배에 가까운 1만5천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숙식비와 여행비를 포함하면 1년에 약 2만5천 달러가 든다. 그런 부담을 덜어주는 장학 지원 제도도 없다. 그러나 그런 문화적 체험의 가치가 돈으로 따지기 힘들 만큼 소중하다.



수요에 따라 공급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한 세대 전 명문 대학들은 분명하게 한정되었다. 아이비리그의 8개 학교 외에 스탠퍼드대, 시카고대, MIT, 칼텍(CALTECH) 등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입 지원자 수가 급증하면서 세계 수준급의 대학 수도 많이 늘어났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학교에 입학을 못했다고 가슴 아파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우수생 증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물론 아이비리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커리큘럼과 시스템도 갖췄다. <뉴스위크>가 발표한 ‘16개의 뉴 아이비리그’는 행정가·교수·학생·졸업생과의 인터뷰뿐만 아니라 입학 사정 통계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타임스>가 선정한 ‘떠오르는 뉴 아이비리그 10’ 가운데 <뉴스위크>와 공통적으로 선정된 학교는 6개다. 명실 공히 ‘떠오르는’ 뉴 아이비리그인 것이다. 첫 번째 주자는 보스턴대(Boston University). 학생들은 이 학교의 우수한 교육과정을 높이 사지만 다른 기회도 추구한다. 그에 따라 학생회·연극·학내 스포츠 경기 대회에 학생들이 폭넓게 참여한다. 유명한 졸업생으로는 배우 크리스 오도넬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의 스타 에이미 포엘러가 있다. 두 명 다 재학 중 무대에 올랐다. 미국의 주요 연구 대학인 카네기 멜론대(Carnegie-Mellon University)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CMU에는 역대 가장 많은 1만8천8백64명이 지원해 6천3백57명이 입학했으며, 예술대 드라마 과정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전체적으로 공학이 최고 인기 전공이지만 경영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큰 도시의 편의 시설은 모두 갖췄지만 시카고나 뉴욕 같은 대도시의 혼잡함은 없다. CMU는 창업 정신을 고취시키기로 유명하다. 1995년 이후 직원, 교수, 학생, 졸업생이 이 대학에서 설립하거나 독립해 나간 회사가 1백70개를 넘는다. 교수와 졸업생 15명이 노벨상 수상자다.


‘제9의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미시간대(University of Michigan)는 공학부터 인문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수 학교 목록의 정상에 올라 있다. 문학·과학·예술대학(LSA)의 경쟁이 치열한 우수생 특별 교육 프로그램에는 아시아계 유학생들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뉴욕대(New York University)는 소심한 학생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니치빌리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 학교는 전통적인 캠퍼스가 없지만, 학생들은 도시 체험에 큰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지난 학기 지원자가 역대 최고인 3만4천9백44명에 달했다. 8개 칼리지의 탄탄한 교육과정이 강점이다. 맨해튼에서의 생활이 최대 자랑거리인 듯하지만 NYU는 해외 유학도 장려한다. 2년 전에는 가나에, 최근에는 상하이에 분교를 설립했으며 모든 전공자가 유학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4만7천3백7명이 지원해 1만2천2백21명이 입학한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UCLA)는 인문과학대가 학부 과정의 8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인문대학으로 명성이 높다. 나머지는 공학, 응용과학, 예술, 건축, 연극, 영화, TV 분야의 학교들이다. 공립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캘리포니아 주 출신이지만 올가을부터 신입생의 10% 이상을 다른 주, 3% 이상을 외국 출신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극장, 스튜디오, 캘리포니아 나노시스템스 연구소 등의 대형 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가 이름을 올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싱턴대는 발원지인 중서부 외에는 별로 평가받지 못하던 중서부 지역 명문대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우수생 유치 경쟁에서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다른 일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원자가 갈수록 늘어나 지금은 경쟁률이 5:1에 육박한다. 1854년 설립된 이 대학에는 5개 학교에 90개의 학부 과정이 있다. 학생들은 하나의 학교에 지원하지만 전과도 가능하다. 복수 전공과 부전공이 가장 활발한 학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Posted by 패치아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