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법조인 양성을 내세웠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출범 두 달 가까이 되지만 로스쿨은 학생과 학교의 준비 부족, 정부당국과 여권의 정책 혼선 등이 겹치면서 학생들이 벌써부터 휴학을 고려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이다.
◆ 입학 직후 휴학계 낼 판 = 법학과 출신으로 지방대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윤모(26)씨는 최근 휴학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학교 규정상 1년간 휴학을 할 수는 없지만 내년에 휴학을 하고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응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윤씨는 “로스쿨에서 좀 더 심도 있고 실무적인 교육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수업도 학부 수준과 큰 차이가 없어 고시를 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김모(27)씨는 최근 사설 학원의 인터넷 동영상 강의 신청을 했다.
법과대학 시절 6학점 수업이었던 민법·상법 등 이른바 ‘기초 과목’들이 로스쿨에서는 2학점 과목으로 진행되면서 비법학과 출신인 김씨는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꼈고 결국 학원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물론 학생들이 열심히 해야 하지만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진도를 나가야 하니 수업 내용이 그만큼 알차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로스쿨이 학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로스쿨 학생들이 드나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휴학이나 자퇴에 관한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아예 휴학하고 군입대를 결정하기도 했다.
◆ 정책 혼선에 학생들 혼란 =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 논란은 학생들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로스쿨 학생 박지영(여·24)씨는 “시험 과목도 확정되지 않았고 로스쿨 학생이 아닌 학생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예비시험제 방안도 나오고 있는 등 불확실한 게 많다”며 “로스쿨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 차례 국회에서 부결된 변호사시험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용상 동국대 법대 학장은 “학교, 학생, 정부 당국도 모두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로스쿨이 출범하다보니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로스쿨이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