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아니다, 뭐가 맞다 해도 당최 믿지 않는데다가,
로스쿨이 생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학교별로 서열 세우는 분위기는 참 맘 아프네요.
사시 밑에 로스쿨, 로스쿨 중에서도 서울대 밑에 뭐, 뭐, 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써 봅니다.
1.
사시 준비하는 사람들의 박탈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만약 합격하지 못하고 아직도 준비중이었다면 그랬을 것입니다.
저도 사실 때로는 배가 아프지만, 생각보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대우는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제가 고시공부하면서 느끼는 바로는,
수석과 출원자 전체 중 하위권 사이의 차이는 크지만,
우리학교에서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은 많이들 '합격권'안에 들어가고,
합격권 안에 들어간 사람들끼리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입니다.
합격권 안에 들어가고 나면, 나머지는 채점자의 기분에 의해서 좌우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고시를 해본 분이라면 아마 아실겁니다.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차이가 그렇게 하늘과 땅인지,
'그것도 실력이다' 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지, 말이죠.
그래서 고시를 해서 붙은 사람이라면, 함부로 고시에 늦게까지 실패하는 사람에게,루저니 뭐니 말을 못한다는 것. 아마 다 아실겁니다.
고시에서 실패해서 로스쿨로 돌려서 합격했다, 하는 건, 지금도 고시를 하고 있는데 로스쿨을 못 넣어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법대생들 분위기 보세요. 쉬쉬하면서 생각보다 로스쿨 엄청 많이 넣었고, 이번에 넣지 않았던 친구들도 주위에서 합격한 것 보고는 내년에는 넣겠다면서 병행 선언한 친구들이 무지 많습니다.
이것만 봐도, 함부로 사시가 더 낫네 로스쿨은 사시 이중대네 이런 말은 못할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3년간 메이저 로스쿨에 들어간 사람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합격권에 훨씬 못미치는 함량 미달의 변호사들이 배출될 것이냐, 저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때로 로스쿨 입학을 마치 사법연수원 들어간 것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생각하는 로스쿨 합격생들이 가끔 보이던데.. 그런 건 좀 어이가 없죠. 최소한 자신이 사법시험을 '합격을 전제로' 준비할 좋은 환경에 놓였다라는 겸허한 자세로 공부를 한다면 크게 무시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2.
제가 교수님들께 말씀을 듣기로는, 이번에 지원한 사람들의 수준이 엄청났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법대생들을 우대한 사실은 정황상 맞는 것으로 보이나, 적어도 비법대생들의 경우는 학점이나 기타 경력이 대단하거나, 최소한 '독특한' 사람들이라 들었습니다.
그리고 연수원 분위기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로스쿨러 그 바보들' 이라고, 사석에서도 말하는 사람 한 명도 못봤습니다. 사실 우려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적어도 메이져 로스쿨은 잘 돌아가지 않겠느냐, 그리고 그들이 어떤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이냐, 살짝 살짝은 기대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안타깝게도, 사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로스쿨 이하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로 불신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일부 로스쿨 합격자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연수원 커리큘럼은 지나치게 구시대적이라느니, 전문성은 우리가 더 낫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어이없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무관으로 있으면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폭넓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끼는 점은 요새 법조 인력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에 '법대생들만의 감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 기존의 법조인들이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최소한의 인원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로스쿨 학생들이 배출되고 나면 상위권 로스쿨에서 일정 정도의 인원은 꼭 선발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로스쿨 학생들 사시생들이 무시하면, 김장가고 태평양가고 이런 로스쿨 졸업생들 보면서 어떤 박탈감을 느낄까 저조차 걱정됩니다.
이번에 모 로펌들에서, 변리사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로스쿨 많이 지원했습니다. 실제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로스쿨에 입학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왜 지원했느냐하면, 자기가 판단하고 때려친 것이라기 보다는 주변과 펌에서 권했기 때문입니다. 왜 권했을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겁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군미필이 이번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로스쿨에 들어가서 관련 직역에서 병역마저 해결하면, 그건 정말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3.
로스쿨 학벌 얘기도 많이 올라옵니다.
참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탁 까놓고 얘기를 해보지요.
이미 사법시험에서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사이의 학벌 차이는 사실상 없습니다.
로스쿨에서도 메이저 로스쿨 사이에는 큰 차이 없을 겁니다.
사실 '서울 법대 프리미엄'이 임관권 밖의 변호사에게 조금 적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학벌 차이는 이미 소멸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가끔 이 게시판에,
김장 변호사 프로필이라는 둥, 태평양 프로필이라는 둥, 올라오는데,
거기 서울대 법대가 많은 이유는 그냥 단순히 '성적이 좋아서' 입니다.
법대라서 우대한 결과가 절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학벌은 '차별 안 받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적어도 우리세대에서는요.
왜 법조계 핵심인력에 서울대 법대밖에 없냐구요? 당연하지요.
옛날 사시 100명, 150명, 300명 시대 선배들이 지금 법조계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데,
그 때는 합격자 전체 중에서 서울 법대가 6-70%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60, 70년대 선배님들과 사모임 (기독 법조인 모임 같은 것이 있어요) 에서 뵈면,
서울 법대 꼴찌가 고대 법대 수석보다 낫다는 말을 막 하곤 합니다.
근데 지금 정말 그런가요?
그 결과는? 최근 들어 메이저 로펌에서 타 대학 학생들이 신입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차츰 많아지고 있죠. 사실 성적 비슷해서 법무관까지 오게 되면, 2년차쯤에 이리저리 컨펌 들어오는 펌들을 보면 학교에 따라 차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금 판사 임관되는 사람들 봐도, 많은 비법대, 연고대 학생들이 임관하고 있습니다. (많다고 하기는 조금 민망한 수준이지만)
아마 조금만 더 지나면 사법시험 세대들의 학벌 차이도 크게 좁혀질 것입니다.
더더군다나 이번 로스쿨은 그나마 객관적인 입학생 차이도 적어 보인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위에 밝힌 바와 같이 펌 내에서, 혹은 지인들이나 지인의 자식들이 꽤 많은 수 로스쿨에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입시를 간접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각 학교의 기준들을 비교하게 된 거죠.
특히 이번에 고대 로스쿨과 연대 로스쿨은 이래저래 법조계에서 설레발들을 많이 친 것으로 아는데, (고대는 뭐 설문 돌린다고 난리쳤고 연대는 면접 때 변호사들 모셔간다고 난리쳤고) 그 과정에서 사정에 간접적으로 관계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울대 출신의 특징이 (제가 옆에서 보면) 끝없이 자기가 잘 난 것도 없으면서 '서울대는 특별해' 라고 주문을 거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요. 요새 같이 급히 돌아가는 세상에서 간판 믿고 있다가는 큰 고생하게 될 겁니다.
하다못해 로스쿨은 말할 것도 없죠.
혹자는 서울대 로스쿨이 서울 법대의 법통을 이어간다는 헛소리를 늘어놓는데..
(아마 비법대 출신 로스쿨 합격생으로 보입니다만) 법대생들의 반응은 '네버'입니다.
일단 대학원생들이건 학부다니는 후배들이건 도서관 건설부터 짜증이 날대로 나있죠. 동질의식도 전혀 없구요.
그리고 일단 자기를 돌이켜 봐요. 서울대 경제학부를 나와서, 로스쿨 들어온 사람이, 법대 98 학번을 보고 '선배님' 하기가 쉬울까요 경제 98학번을 보고 '선배님' 하기가 쉬울까요? 그럼 고대 법대 학생은 누구한테 선배님이라고 합니까? 로스쿨은 그냥 전문대학원입니다. 예전같은 인맥이나 파워를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 기대는 좀 접어야지요. 그냥 '우리 과 출신이 XX대 로스쿨에 갔대' 지, 'XX대 로스쿨 학생은 이제 XX대 법대 동문' 이라는 생각이 있습니까?
주류 비주류 논쟁도 어이가 없습니다.
지금 예컨대, 서울대 공대를 나와서 서울대 로스쿨을 들어간 사람이,
서울대 로스쿨이 이제 주류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우스울 밖에요.
그렇게 치면 일단 비법대 자체가 법조계 비주류고, 로스쿨 자체가 법조계 비주륩니다.
어차피 비주류의 비주류 길을 가는 주제에, 그 안에서 누가 서열이 높네 마네 얘기하는 건 웃기죠.
(진짜 그렇다고 하는게 아니라, 로스쿨 안에서 서열따지는게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길게 길게 썼는데요.
스누라이프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르는 글들이 무지 많이 올라옵니다.
괜히 학부생들에게 서열의식, 패배감, 우월감을 조장하는 글들도 많이 올라오고,
심지어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사실들이 엄청 올라오더군요. (허위라는 거죠.)
생각보다 법조계가 그리 꽉막힌 동네가 아닙니다.
무턱대고 학벌로 대놓고 차별하는 동네도 아니고, 출신 성분으로 가르는 동네도 아닙니다.
위의 대선배들 세대가 지나면 그런 경향은 더 생길거고, 이번에 사시 합격자 서울대생들이 급갑한 것을 봐도 알겠지만 우리학교는 예전의 독보적인 위상을 분명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취직준비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인 것 같은데, 고시하는 사람들은 꽉 막혀있네요.
로스쿨 준비하는 사람들 그냥 뚝심있게 하시고,
연대건 고대건 서울대 연대 고대급 로스쿨에 일단 들어가셨으면,
나중에 김장 갈수있을지, 태평양 갈수 있을지 걱정말고 일단 열심히 하십시오.
특히 05, 04 미필인데 이번에 로스쿨 합격하신 분들은,
정말 대단한 기회 잡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세요.
스누라이프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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